3M, 노조 인정·단체 협약 체결 '시간끌기' 초지일관 지난 8월 21일 나주 남고문 앞에서 열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노동탄압' 분쇄 등을 상징의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장면. 지난달 31일 광주고용노동청을 점거한 한국3M노조가 노동청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8월 11일 금속노조 광주전남본부는 3M 나주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0일 파업을 철회한지 3개월만에 다시 투쟁에 나선 셈이다. 8월 20일 결국 나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한국3M노조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으며, 이후 나주 시내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8월 20일 한국3M노조 조합원들이 나주시장실 앞에서 나주시가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이날 나주시장은 프랭크 알 리틀 3M 대표이사와 면담을 추진키로 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3M 나주공장 앞은 용역경비들이 해고자와 중징계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8월 21일 나주 남고문 앞에서 열린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장면.
갈 데까지 갔다. 노사갈등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3M 노사가 모두 막다른 골목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3M지회(3M노동조합, 지회장 박근서) 조합원 40여명은 여의도에 위치한 3M 본사 22층 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1주일 동안 점거농성에 들어갔다가 회사의 대화 제의를 믿고 농성을 풀었다. 그리고 또 1주일이 지났다.
이들의 요구는 사실 단순하다.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라는 것. 또 하나 있다면 징계 철회 및 손배가압류 철회에 불과하다.
겉보기론 단순한 문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난해 5월 14일 한국3M노조가 결성된 뒤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에 따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탄압이 경기 화성공장, 전남 나주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600여명의 조합원에서 이같은 회사쪽 탄압과 탈퇴 및 회유 공작으로 인해 조합원이 400여명으로 줄어든 상황.
지난해 노조 결성과 함께 회사에 임단협을 요구했으나 교섭은 결렬되고 7월 부분파업, 8월 17~20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회사는 8월 28일 임금협약을 받아들이고 31일 조인식까지 마쳤다.
상황은 임금협약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영입된 박원용 경영지원본부장이 관건이었다. 박 본부장은 당시 여러 '노조 파괴공작'에 경험이 있다는 것이 노조쪽의 주장이다. 특히 발레오공조 등에서의 실적으로 금속노조를 잘 알고 있다는 특징으로 3M에 영입됐다는 것.
해고 5명, 중징계 160여명, 노조탈퇴 공작이어 무차별 폭행까지
이뿐 아니다. 단협이 체결되지 않았으니 징계위원회는 회사 마음대로였다. 취업규칙을 근거로 징계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단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조합원에 대한 일방적인 부서 전환배치가 강요됐다.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는 고소, 고발 등으로 이미 지난 8월까지 노조 간부 50여명에 대해 1억 4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며, 9월에도 손배소가 이어지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용역경비를 동원해 노조 사무실과 천막농성장을 침탈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박근서 지회장, 오형탁 부지회장은 경기 화성공장 순회 도중 폭행당했으며, 6월에는 용역 50여명이 천막농성장에 난입해 천막을 철거하고 폭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1일에도 새벽을 틈타 40여명의 용역이 천막농성장을 파괴하고 조합원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성공장에서는 노조 사무실을 침입해 집기를 끌어내고 출입문을 잠금장치로 폐쇄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같은 회사쪽 폭력행사로 인해 김희봉 3M노조 사무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갈비뼈, 무릎 연골, 손가락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또 이같이 회사쪽 용역경비의 폭행사건이 이어지자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또한 3M 나주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일이 대부분 대표이사가 단협을 약속한 뒤 벌어졌다는 데 있다. 프랭크 알 리틀 대표이사와 박 지회장이 면담을 통해 단체협약 및 현안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이에 따라 올해 5월 10일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복귀했다.
결국 회사는 대화를 약속하고 뒤로는 탄압에 열을 올린 셈이다. 결국 노조는 6월부터 다시 투쟁에 나섰고, 7월부터는 투쟁강도를 높여왔다. 8월부터는 나주지역 연대단체들까지로 확산됐으며, 금속노조에서는 호남권 집중투쟁사업장으로 정해졌다.
나주지역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됐고, 가족대책위까지 꾸려져 미국 본사 원정투쟁까지 준비하게 됐다. 그리고 이달 초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가게 된 것. 결국 3M 노사문제는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3M 노사문제의 본질은 노동조합 인정 여부가 관건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끊임없이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단체교섭은 시간끌기고 일관하고 있으며, 그동안 조합원 탈퇴공작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국3M노조, 여의도 본사 점거농성
3M노조는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단협에 성실히 임할 것과 현안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단협을 요구하고도 9일 교섭석상에서도 더이상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3M은 미국계 다국적기업으로 3M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전남 나주공장에서는 포스트잇, 테이프, 자동차용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경기도 화성공장에서는 마스크, LCD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연 매출액은 1조 4천억원, 당기순이익 1천억원대, 1인당 매출액이 10억원에 이르는 알짜기업으로 전세계 60여개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큼 노사관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익 대부분을 주주배당에만 투입하고 지역사회 환원 요구에도 답이 없다.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협약을 체결한 뒤에도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발뺌하며 갖은 노동탄압으로 노조 탄압에 열올리는 것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노조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회사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상식 밖의 징계와 탄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해 사실상 배임하고 있다는 지적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정면충돌만 남은 셈이다.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간 노조는 다시 한번 회사의 교섭 약속을 믿고 1주일만에 농성을 풀었다. 선택은 이제 온전히 회사의 몫으로 남았다. 3M은 파국을 원하는가, 화합을 원하는가 선택해야 한다.
(이 글에 이어 3M노조의 투쟁상황, 3M의 노동탄압 양상, 노동청과 지노위의 배임 등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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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pass 2012.09.17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